오늘 정선생과 점심회동을 가지며 얘기하다가 다시한번 상기된 내용이 있어서 다시 휘발되어 버리기 전에 정리해둔다.
바로 우리의 지식활동과 미디어와 관련된 부분이다. 지금 정리하려는 지점은 과학과 미디어라는 제목하에 많이 진행되는 그런 사회학적 연구들의 관심영역, 즉 과학과 대중매체와의 관계를 다루는 그러한 영역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비단 자연과학 뿐 아니라 사회과학 영역에서도 미디어가 우리의 실재재구성작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이야기 되어왔고 또 부분적으로 실제로 진지하게 연구의 대상으로 삼아지기도 했다. 이른바 "새로운 과학사회학" (새롭다는 말에 좀 무리가 있다. 이미 70년대 중반에 기존의 Robert Merton 식의 과학사회학과 구분되는 연구조류들이 그 모습들을 드러냈으니 말이다. 이미 30년이다...) 중 일부조류에 의해서 (사회)과학자들의 실재재구성 작업 및 추론작업에 텍스트 및 그래픽들, 그리고 여타의 Inscription Devices들에 의해서 생산된 실재에 대한 표상들이 어떻게 사용되어 왔는지가 적지 않은 경험연구들을 통해서 이루어져왔다.
사회학 인접 분야에서도 일찌기 인류학자들 사이에 실재를 포착하는 수단인 텍스트와 사진에 대한 비판적 성찰들이 있어왔고, 또 Conversation Analysis 분야, 좀 더 넓게는 언어인류학 분야에서 휴대용 녹음기가 가져온, 좀 과장해서 말하면 "기록매체의 혁명"이 동분야의 연구 영역확장에 기여한 바는 주지의 사실이다. 예를들어 내 지도교수의 경우 실재의 "재구성적인 저장" (reconstructive conservation)과 "기록적인 저장" (registrative conservation)을 구분하는데...전자의 경우 연구자의 지적인 프레임에 의해서 선택된 현상들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면 (ex. 인류학자들의 Field Note와 관찰일지, 질문지에 의한 설문조사, 인터뷰 등을 들수 있겠다...) 후자의 경우는 저장매체의 물리적 한계 (예를들어 카메라는 촬영각, 레코더의 경우 레코딩 할 수 있는 범위 등등)이외의 연구자의 지적인 프레임이 기록되는 현상들의 선택에 어떠한 체계적 영향을 주지 않는 그러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즉, 사회학 및 인접분야에서 한편으로는 실재 포착의 수단으로서, 다시말하면 자료로서, 다른 한편으로는 연구자에 의해서 해석 및 분석된 현상들을 다양한 독자들 (크게 나누자면 동료들 혹은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유통시키는 방편으로서 미디어에 대한 언급들이 있어왔다.
자...그럼...좀 우스운 얘기처럼 들릴지는 모르지만 문서의 디지털화가 가져오는 영향은 어떤 것이 될 수 있을까? 단순한 예로 Conversation Analysis 분야의 경우는 그 첫세대에 속하는 Emanuel Schegloff라는 학자의 경우 자신의 웹페이지를 통해서 자신이 그동안에 발표한 논문들을 빠짐없이 PDF의 형태로 제공하고 있고, 심지어 가능한 경우 각각의 논문에 인용된 오디오 및 비디오 부분들을 참조 및 다운로드가 가능하도록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Schegloff는 이런면에서 나와 같은 스캔족 (:))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자신의 글을 스캔했고...나의 경우는 내가 스캔한 글들중에 내 글이 하나도 없다는 그정도의 사소한 (ㅋㅋ)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CA 분야에서 연구하는 다른 유명한 학자들의 경우도 Schegloff와 같이 자신의 작업들을 공개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싼비용으로 논문들을 제공함으로써 인류에 공헌 (ㅋㅋ)한다는 취지를 넘어서 생물학자들이 표본을 동료들과 공유하는 그러한 활동과 유사한 활동으로까지 확장해서 그 함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많이 나간 CA 분야의 학자들의 경우는 인터넷 화상채팅을 통해서 공동으로 비디오 및 오디오 자료들을 공유하고 공동으로 분석하는 관행들을 시험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Bruno Latour의 경우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또 다른 실험적인 미디어의 사용을 선보이고 있다. 사실 그의 미디어 사용이 실험적이라고 말할 것 까지도 없기는 한데...왜냐면 그가 그의 홈페이지에서 사용하고 있느 기능이라는 것이 어찌보면 우리가 통상 사용하는 파워포인트 및 키노트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가능성들을 구현한 것 이상은 아니기 (?)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어떤 진지한 사회학자들의 홈페이지에서도 이러한 양식의 프레젠테이션, 즉 사실에 대한 나레이션을 경험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그의 시도는 매우 특이하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그가 큐레이터로 나선 것으로 되어 있는 박람회 (Making things public?) 전경은 활자를 넘어선 "사회과학적 표현"이 어떤 것일 수 있는지...생각해보도록 만든다. 어쩌면 "학술적 지식인"과 "대중적 지식인"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이 사실상 별 의미가 없는 공허한 구분일 수도 있겠다.
어찌되었든 이러한 새로운 시도(?)에 의해서 창출된 새로운 (?) 결과물은 진정 새로운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이전에 불가능하거나 차단 되었던 어떤 가능성을 새로이 열어주는가? 아마도 과학적 분야 이외의 영역에서 인간의 미디어 사용과 관련해서 축적한 우리의 (사회학적 혹은 비 사회학적) 지식이 우리 (ㅋㅋ) 사회과학적 분야에서의 미디어 사용과 관련한 방법론적 논의들에 큰 시사점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일찌기 Schütz가 언급했듯이, 그리고 Ethonomethodologist들이 그것을 확대하여 해석했듯이 세칭 과학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인간의 실재에 대한 재구성 및 추론작업이 일반인들의 그것과 종적으로 구분되는 그러한 작업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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