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30일 화요일

"시청자의 이름"으로, 혹은 "혹자의 이름으로"...: 요약 및 인용, 언론의 "객관성" 혹은 "중립성"을 accountable하게 하기위한 도구?

TV 토론 프로그램이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진행자는 프로그램과 인터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객관성을 견지해야하며 자신의 사견으로 어느한편을 들거나 피 인터뷰자를 반박해서는 안되며 되도록 그로부터 사실에 대한 이야기, 혹은 그 자신의 진실된 입장이나 견해를 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미디나 의도적인 파격을 컨셉으로 하지 않는 이상 위에 제시한 언명(?)은 제대로된 (?) 저널리스트나 대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이 보여야 할(!?) 바람직한 태도로 생각되어 진다.

그렇다고 토론 프로그램이나 인터뷰에서 꿀먹은 벙어리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만은 없는법...악무한적인 정적이나 손님들간의 고성방가 난상토론을 막고 그래도 뭔가 흐름이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기 위해서 진행자는 가끔 질문이나 경쟁하는 견해를 소개, 혹은 초대손님들에 의해서 표명된 각각의 주장 및 답변들을 요약하는 형태 (일종의 연출된 반박)로 초대손님들이 말하는 것을 유도하거나 부추김으로써 이들은 방송분량을 채워간다.(:))

이때 특히 이러한 질문들과 연출된 반박(?!)이 진행자의 개인적인 사견이나 임의적인 설정이 아님을 보여주는(?!)데 동원되는 방법이 (이러한 상황 이외에 일상적인 대화상황에서도 사용되는) "인용하기"이다. 즉, 진행자는 그저 스피커일 뿐 (Goffman식 술어를 사용하자면 animator), 다시말하면 저기 누군가 (대다수든, 혹자이든)가 한 질문이나 의견을 전달할 뿐 사견을 개입시킨 것이 아니라는 것을 accountable하게 display하도록 해주는 그런 장치인 셈이다. 많은 부분 이 장치는 성공적으로 작동하지만 (피 질문자나 손님들이 이러한 진행자의 행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면서 판을 깨지 않고 질문이나 연출된 반대의견에 대한 답을 순순히 해줄 경우...)...또...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행자와 참여자의 역할, 따라서 이 사회적 Scene은 단순히 다소간 잘 정의되고 구조화 된 규칙을 따르는 행위라기 보다는, Conversation analysis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거의 식상한 얘기가 되어버린 (그래서 가장 중요함에도 때로는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는...TT), member들 사이의 짜고치기, 아니 그보다는 이게 너무 의도적인 냄새가 나니, practical accomplishment라고 이야기 될 수 있다.

손석희씨가 진행하는 100분 토론인가 하는 프로그램에서 생방송 중 인터넷에 올라오는 시청자 의견이나 질문(?)들을 요약(!)하여 소개(! 인용)하는 와중에서 벌어진 문제점(?!)이 뭐 고소를 하네마네 하는 사건으로 비화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한번 이 "인용 및 요약" 관행의 실제적인 운용에 새삼스레 주목하게 되었다. 있는 그대로의 시청자의 반응 및 의견을 충실하게 전달한답씨고 "나 일빠" "나 이빠" 이런 내용을 그대로 내리 읽는 것은 100분토론의 주제에 유감스럽지만 걸맞지 않으니 걸르기는 걸러야 할텐데...때로 어떤 시간이 많은 이는(예를 들면 나같은) 거의 논문을 써댈테니 이걸 다 읽을 수도 없고..., 또 사람들이 모두들 기가막히게 창의적인 것은 아니라 어디서 들은 얘기를 자기 말로 풀어서 쓴 것들이라면 몇십개의 글을 봐도 그게 그 내용이고...그러면 왠지 대표적인 것 하나를 뽑을 수도 있을 듯한데...그렇게 썩 유려한 문장도 아니니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려면 좀 손을 봐야 할 것도 같고...너무나 한쪽 얘기만 소개되면 그러니 들어오는 글은 적지만 뭔가 반대편 얘기도 "찾아서" 억지로라도 소개해줘야 구색이 맞을 듯하고...누구 얘기는 참신하기는 하나 살짝 삼천포 같으니 맥락에 맞게 손을 좀 봐줘야 할 것같고...

사실 이런 고려들을 하다보면 인용에 있어서의 각색과 요약에 있어서의 재구성은 불가피한 일이다. 자...거기에 누군가가 이 각색과 요약에 적용된 (때로는 암묵적인!...도대체 그게 하나의 목록처럼 정리될 수 있는 것이라는 가정하에...)기준을 하나하나 캐묻기 시작하고, 그 관행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다면 (그리고 심지어 걸고넘어진다면) 그리고 그 지적이 방송제작자들 측의 안일함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것을 넘어 방송판을 깨자는 식으로 진행된다면...글쎄...얘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자꾸 그거 어디서 들은 얘기냐는둥 언제 누구에게서 어떤 상황에서 들은 얘기냐는 둥 자꾸 캐물어서 결국은 본론을 얘기하지도 못하게 하는 치밀하진 멋진 신사양반들과 신문방송학 및 방송윤리위원회에서 그 규칙을 정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사람들에게 (만일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좋은 일이 되는 건가? 그나마 글로 확실하게 쓰여있는 시청자의 의견 (기껏해야 몇천건?) 몇개를 요약하는 데도 이렇게 잡음이 많을 수도 있는데..."국민의 뜻"을 어떻게 쉽게 요약하겠소이까? 하긴...국민의 뜻을 "보기편하게(!)" Index 식으로 만드는 관행들은 있지만서도 (ex. 표수...만족지표...각종 여론조사들...etc.)...

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관행들, 즉, "국민의 뜻"을 어떤 형태가 있는 가시적인 것으로, 그럼으로써 그것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그러한 대상으로, 즉 docile object로 만드는 여러가지 (그렇다 복수이며 다양한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심지어는 방송사 토론프로그램에서도 이루어지지 않는가) 관행들 (정치시스템 및 정치관행들도 이것을 가능하도록 해주는 대표적인 기제들 중 하나라고 보이는데, 그게 제일 중요하던 둘째로 중요하던, 혹은 정치 시스템 자체의 재생산을 위한 정당화이 기제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던(?) 일단 그것은 미루어두고 말이다. 적어도 현재의 시점에서 국민의 뜻으로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다고 하는 정치집단은 지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것이 왜곡의 수단이든 무엇이든 모두들 이 국민의 뜻을 읽는 절차와 방식들을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는 거의 예외가 없는듯...심지어 조선 인민민주주의 공화국에서도...투표는 하니 말이다.)이 흥미 있어진다.아! 참 "데모"도 있군...데모는 심지어 물리적으로(그래서인지 참여자 숫자를 세는 방식들이 상이할 때도 많다. 참여자들을 애써 세부적으로 분류하려는 애처러운(?)노력도 있을 때도 있고 말이다.), 꼭 셀수 있는 숫자로 추상화하지 않더라도 직관적으로, 심지어는 산술적인 숫자가 표현하기 힘든 그 "분위기"(예를들면 얼마나 열띈지)까지 가늠가능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데모대들 개인들의 머리속에 들어있는 그 무엇인가의 산술적인 합이, 또는 그들의 가장 최소한의 요구가, 혹은 그것들의 공통분모가 그들의 뜻이라고 하기에는 그 개인들의 머리속에 들어있는 것이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으므로...이른바 슬로건이라는 것이 재차 그것들을 요약해 주기도(?)한다. 하긴...통합(?) 슬로건(이걸 놓고 이런 대규모의 데모를 조직한 조직위(?)는 밤을 새며 토론과 논쟁을 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이 없어 그저 (그 어떤 이유에서던 사그라들기 전까지!) 애매한 나머지 학자들과 논객들의 의미갖다붙이기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적지않이 보아왔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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