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5일 토요일

Interkulturelle Kommunikation(문화간 커뮤니케이션?...ㅋㅋㅋㅋㅋ): Ein Beispiel

A (미디어관련 분과간 연계전공 과정 석사 마친 학생, 사회학& 역사학 공동 대학원 박사과정 입학 준비중, P가 알고 지내는 여학생, 독일인)
P (J의 복도 친구, 오래된...ㅎㅎㅎ... 30살 사회학과 학생, 독일인)
J (P의 복도 친구이자 사회학 박사과정 학생, 한국인)

어느 화창한 목요일 저녁시간 학교 벤치, A가 "미디어 연구 방법론 입문 :)"이라는 책의 앞장을 뒤적이고 있는 것을 P가 보고 그녀에게 J와 함께 다가감. 보고 있던 책 얘기로 시작된 대화를 진행하던 중....(백만분의 하나 모를 일이니 한국어로 옮김. 독일어로 썼다가 혹 걸리면...ㅎㅎㅎ)

1 A: 아빠가 나더러 오리같다고 했어. 나 공부한것 보고 말이야.
2 P: 음...헤헤...왜...
3 A: 석사까지 했는데 뭐 제대로 하는게 없다고...
4 J: ㅎㅎㅎ....(고개를 끄덕이며)...네아빠 말이...여기 조금...저기 조금 (이건 차후 분석에서 중 요해지므로 부득이 독일어로 옮겨야 한다.: Hier ein bisschen... dort ein bisschen)....그래서 결 국 깊이 (Tiefe)가 없이 피상적인 부분에 머문다 이얘기지?
5 A: (급 고개 끄덕) 어! 그래....그거야. 내가 봐도 그런 것같아. (책을 들며) 그래서 함 볼까 생각 했지....
6 J, P: (서로 잠깐 마주보고 슬쩍 웃은 뒤 동시에) 헤헤헤
7 P: 그 책 도움 안돼....
.....(계속).....

ㅎㅎㅎ... 공동의 문화적 자원 (예를 들어 위의 사례의 경우 인간의 행동을 동물의 행동에 유비하는 것) 이해가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 조건인가? 혹은 커뮤니케이션이 상호간 문화적 이해에 도달하도록 만드는 전제조건인가? 아니면 커뮤니케이션이 상호간 문화적 이해에 도달하도록 만드는 메커니즘인가? 그도 아니라면 커뮤니케이션은 실제로 전개되어가는(!) Interaktion의 맥락 속에서 for all practical purposes 다음으로 넘어가는데 거리낄 것이 없다면 서로 이해 했다는 가정을 유지토록 해주거나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를 역시 for all practical purposes 수정하도록 해주는 그런 메커니즘이라고 볼 수 있는가?

위에 일단 별 무리없이 진행되어 간 듯 보이는, 어떤 성공적인 상호간 이해에 도달한 듯한 짧은 의사소통 장면의 이면에 상당히 큰 개인적 차원에서의 "오해" (혹은 몰이해)가 자리잡고 있었다는 놀라운 경험을 하였다. A가 아빠가 자신을 오리같다고 했다고 했을 때 J는 오리를 포함한 조류 일반 (물론 J는 조류학자가 아니므로 그가 봐왔던 조류, 예를들어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나 닭들을 떠올렸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행태들을 떠올렸다. 먹이를 집어먹으러 여기서 몇번 콕콕, 저기서 몇번 콕콕 땅을 찍는 그런 행위 말이다. (J가 hier ein bisschen dort ein bisschen이라고 말한 것에 주목하라) 여기에 J는 이러한 찝쩍이는 태도가 그게 인간의 학문에 있어서는 어떤 적정한 깊이에 도달하기 힘들도록 만든다는 그런 것과 결부된다고 이 "오리 유비"를 이해했음을 보인다. 이에 대해서 A는 J가 자신의 아빠의 오리유비를 적절히 이해한 것이라고 Ratifizieren한다.

그러나 J는 이 후에 A와 P에게 직접적으로 질문하지는 않았지만 (:)) 왜 하필 오리에 유비를 하는 것인가?를 몰래 자문해본다. 그리곤 J의 고향 대한민국에서 흔히 닭들이 하릴없이 이곳 저곳 발로 땅을 몇차례씩 후비는 그런 행동이 비슷한 뜻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러나 이건 이시점에서는 J만의 비밀이다...J의 의문은 당연히 해결되지 않았으나 이와는 상관없이 아뭏든 이 대화의 Sequenz는 성공적(?!)이었다.

그 일이 있은지 하루 뒤, J는 P가 쓰는 대학내 방에서 커피를 마시게 된다. P가 실수로 과자를 바닥에 쏟게 된다.

P: 으... (주우려다가) ...에잇 그냥 두자.
J: 너 담배피러 나갔다가 들어오면서 비둘기 한두마리 데리고 들어오지 그러냐?...걔들이 해결해줄거야...ㅎㅎㅎ
P: ㅎㅎㅎ...쥐도 데리고 들어오지...ㅎㅎ
J: 아니면 오리...(좀 과장되게 짐짓 의미심장하게 크게 웃는다) ㅎㅎㅎ
P: ㅎㅎㅎ...000 걔오늘 안나왔어....ㅎㅎㅎ
J: 야...근데 왜 어제 걔가 얘기할 때 걔 아빠가 왜 하필 오리에 유비를 한거냐? 다른 새들 뭐 예를들어 비둘기들이나 닭들이나 이런 것도 있는데 말야.
P: 에엠....비둘기, 닭은...수영을 못하쟎아....
J: 엥?....아니 오리도 저기 뷜트만스 호프에 있는 거기 늪(:))에 있는 것들을 보면 여기 콕콕 저리 콕콕 찍어먹고 다니던데....그것말고도 한국사람들은 닭들 그 여기저기 조금씩 땅을 발톱으로 파헤치는 것을 비슷한 맥락에서 유비로 사용하는데?
P: ㅎㅎㅎ...아....그렇구나....ㅎㅎㅎ...아!....너 어제 그렇게 이해했었구나...ㅋㅋㅋ.
P: ㅎㅎㅎ...왜 오리는 조금 날수도 있고, 조금 달릴 수도 있고, 조금 수영도 하고 그러쟎냐....그런데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잘 하는 것 처럼 보이는게 없지...ㅎㅎㅎ...그런 뜻에서 오리에다 유비하지 우리는...ㅎㅎㅎ.
J: ㅎㅎㅎ...야 그런데 어제 A랑 얘기할 때는 마치 완전히 서로 이해한 것처럼 그랬쟎냐? 안그러냐? 재밌네...ㅎㅎㅎ
P: ㅎㅎㅎ...햐...그렇구만...ㅎㅎㅎ....재밌네...ㅎㅎㅎ

다시말하면 인간의 행위를 동물의 행태에 유비했다는 것, 그것이 인간 행위에 있어 어떤 부정적인 측면과 연관되어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각각의 개인들의 머리속에 있었던 그 유비의 내용은 매우 상이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적어도 위에 언급된 첫번째 Scene에서 상호작용 당사자들 (3인)이 적어도 for all practical purposes 상호간 이해에 도달한 것으로 상대방의 반응들에 대한 재반응들을 보인것은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이다. 즉, 오해에 기반을 둔 Sequenz들이 절묘하게도(심지어는 J의 짧은 어눌한 넘겨짚은 표현들 조차도:)) 마치 적절한 이해인양 맞아 떨어진 것이다. 당연지사 J의 이 indexical한 표현을 자신이 오리의 유비를 통해서 상정한 Underlying pattern에 (아마도) 맞추어 이해한 (Mannheim적인 의미에서 일종의 documentary method of interpret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A의 추론행위도 여기에 기여한 것이고 말이다....ㅎㅎㅎ...(존재한다고 여겨지는, 가정되는) 문화간 차이(?)가 꼭 상호간 몰이해(:))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ㅎㅎㅎ.
지도교수가 언젠가 소개했던 책의 제목이 떠오른다. "00년간의 성공적인 결혼관계의 조건으로서의 상호간 오해" 였던가...독일어 제목이 정확하게 떠오르지는 않지만...ㅎㅎㅎ.

댓글 2개:

정광진 :

재미있는 관찰이오. 하버마스 아저씨는 서로 이해시키고 합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지만, 사실 정말 모두가 그 양반 충고를 좇았다간 '난리'가 날 것이요. 오해/이해 (합의) 구분을 그리 중요하게 하지 않고 이해건 오해건 "Verstehen"은 "Verstehen"으로 보고, 우리가 의사소통하며 살아가는 이 현실, 그 자체가 - 좀 '오버'하자면 - '기적'이라는 루만의 견해가 훨씬 더 현실적이오.

JGJ :

ㅎㅎㅎ...그렇죠...
더욱더 놀라운 일은...그렇게 불가능 해보여 기적처럼 보이는 (이론가들에게...ㅎㅎ) 일들을 평범한 일반인들 (사실 사회학자들, 심지어 자연과학자들도 여기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이는데)이 매일처럼 매순간 쉬임없이 일으키며 살아간다는 거죠...ㅎㅎ. "어떻게" 그들이 그 기적을 일으키는지,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만들며 살아가는지 그게 관심거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