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년대 말...아니 90년대의 마지막 해...
사회학 공부를 하러 외국으로 떠나겠다는 한 후배(나다 :)) 가 당시의 다움까페 였던가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난다.)에 남긴 인사의 글에 한 선배가 덧글은 단다.: .....이제 한명의 논객이 되기 위해서 떠나는...(당시에도 논객은 좋은 뜻이 아니었다. 다만 그 배경이 좀 다를 뿐....즉, 실천하지 않는 주둥이만 놀리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었다.) ㅇㅇㅇ에게...뭐...이런 구절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시 생각해보니 당시 적어도 그 선배는 사회학 박사는 곧 새로운 "논객" (사회과학자라기 보다)라고 이해하고 있었고...그 선배가 나와 동시대 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많은 나와 동시대를 경험했던 사람들이 사회학 박사학위 소지자들을 이 범주에 넣을 수도 있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논객이라...ㅎㅎ.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대중매체와 인터넷 상에서 소위 "전문가"라는 명찰을 걸고 그저 "논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내가 이들을 탓하려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논객 ㅎㅎㅎ 있어도 좋다. 때로는 재미도 주니까 말이다. 종종 점쟁이를 찾아가 운세도 묻고 지금하는 일이 잘 되겠냐고 묻기도 하지 않는가? 그들이 지금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이 조상묘를 잘못써서 그렇다고 하면 (인과적 설명이지...ㅎㅎ) 뭐...손해볼 것 없으니 믿어보기도 한다.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전문가와 상담하러 가기도 하지만 비슷한 일을 겪었던 사람과 한잔하면서 그가 그 일을 극복한 비결을 들어보기도 하지 않는가?
지난번 이른바 광우병 사태 때도 그랬지만...미국에 사는 어느 교포가 "여기서는 이렇다"라고 하면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 이분야의 책임자라고 하는 자들도 "경청"들 (sic!)하는...., "아니 뭐 정확한 근거도 없이 하신 얘기를 가지고 그렇게들 흥분하쇼, 지금은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얘기해야죠"라고 의연하게 한마디 하지도 못하는...(그때 토론과정에서 어떤 이가 이렇게 얘기를 하긴 햇었지...ㅋㅋ...그러나 그가 그런 얘기를 할 처지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었는데....ㅎㅎ) 그런 일이 인터넷에서는 벌어진다. 아니...어쪄면 그 공간에서는 그렇게 이야기가 풀리는 것이 자연스런 (?) 것일 수도 있다. 학자들끼리 모여서 토론하는 자리도 아니고...이리저리 그야말로 근본 모르겠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니...거기에서는 그 lokal한 맥락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설득력 있는 이야기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그런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고 또 거기서 벌어지는 많은 토론들이 그렇게 이루어진다.
일예로 블로그는 자기가 완전히 상상으로 어떤 사건에 대해서 일기를 쓰고 그 일기를 광화문 네거리에서 큰 소리로 읽는 것과 비슷한 형국이고...(그러니 혼자 장롱속에 처박아 놓다가 나중에 몰래 버리려고 쓴 일기-그런 일기를 쓰는 사람들도 있나?-와는 다를 것이고...아니 좀 더 엄밀하게 얘기하면 다를 수도 있을 것이고...ㅎㅎ) 누가 그 일기를 녹음해서는 시청앞에서, 청계천 시장에서 다시 큰소리로 읽어댐으로써 퍼나르는 것과 비슷한 형국이다. (이른바 Schriftlichkeit, 좀 더 포괄적으로 말하면 그에 준하는 매체들, 즉 좀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기술적 매체들이 이것을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데...그런 면에서 이들 매체들은 Mündlichkeit가 그 휘발적인 성격과 결부되어 가지는 특성과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금 이 일기는 그 일기를 들은 사람들에 의해서 이리저리 옮겨지고 사람들은 거기에 대해서 왈가왈부 농지꺼리 (거기서 오가는 고견(?)들을 깎아내리고자 하는 의도는 절대 아니다.)를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어쩌면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아니 좀더 엄밀하게 적어도 그 일부는 일종의 소문의 논리 혹은 동학 이라고 할 만한 그런 것이 작동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소문"이 일상에서 사람들이 세상에 대한 상을 만들어가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자체로 매우 흥미로운 사회학적 현상이기도 하다.) 이런 일련의 그야말로 "잡설"들이 과학적 토론의 관행을 따라 과학적 기준에 부합하는 납득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면서 이루어지기를 강요한다거나, 혹은 대중매체들이 사건을 보도할 때 가지는 책임성을 그러한 이야기질 (!)에 강요하는 것은 그런 "이야기질" 자체의 흥미와 재미를 갉아먹는 일이다. 술자리에 모여 세상사는 얘기하는데 좀 허풍떨었다고 눈치없이 집요하게 캐들어가고,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던지, 혹은 자신이 허풍을 떨고 있다는 그 어떤 언질 (!)도 주지않으면서 떠들어댄다면 (그는 사기꾼이다. :))...이들 모두 어쩌면 "감각을 결여한" 자들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시끄럽게 고성방가하여 다른 사람들을 성가시게 했다고 잡아갈 수는 있는 노릇이겠지만 말이다. 인터넷 이라는 공간 (?), 만일 어떤 이가 이것을 Offline에서의 공공장소에 비유한다면, 또 때로 그렇게 생각될 수 있다면 지나치게 고성방가하는자는 그 내용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 고성방가하는 행위 자체때문이라도 좀 자제 시키기는 해야겠지만...그게 꼭 파출소로 연행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ㅎㅎ
"인터넷 공간"을 모두 싸잡아서 하나의 행위지향이 관철되고 있다고 우기거나 혹은 어떤 특정한 행위지향이 바람직 하니 그걸 따라야 한다고 고집하는 자들이 있다면...불행히도 (?) 그가 한 나라의 위정자라면 특히나...유명 점쟁이가 한 얘기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억측에 기반해서 혹세무민하는 얘기를 했다고 잡아넣어야 한다고, 아니 나아가 그런 용한 (ㅋㅋ) 점쟁이가 다시나올 수 없도록 그 점쟁이 촌 일대를 밀고 과학 단지를 세워 재개발 해야한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우습지 않은가?
그나저나 미네르바씨는 인터넷 공간 (?)에서 이리저리 고성방가(뭐 얘를들자면 자신의 Beitrag으로 게시판들을 도뱁하여 서버를 마비시킨다거나...) 하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었는가?...그가 가상 소설 커뮤니티에서나 해야했을 있지도 않은 얘기를 경제학술 커뮤니티 게시판에 도배하기라도 했는가?...아마도 그를 잡아넣기 위해서는 그동안 명시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던 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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